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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로테르담 항만은 청년이 머무는 골목

작성일 : 2025.09.11 12:47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의 낡은 조선소 부두, 한때 용접 불꽃이 튀던 그곳은 지금 ‘RDM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났다. 버려진 부두는 이제 60여 개 혁신 기업이 모인 창업 허브이자, 1,200명의 대학생과 연구자가 함께 실험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인근 M4H 지구에서는 이미 3,2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2035년에는 8,000명 고용이 전망된다. 그 중심에는 ‘CityLab010’이라는 씨앗 펀드가 있었다.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멘토링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게 만든 구조다. 실패마저 경험으로 남겨 자산화하는 방식, 바로 이것이 청년을 붙잡는 힘이었다. 이제 우리에게도 질문이 필요하다. 광주·감천·창원 같은 공간을 어떻게 다시 청년이 뛰어다니는 무대로 만들 것인가.

◆ 광주 — ACC와 대인예술시장을 잇는 관절

이 모델을 한국에 대입해 보자. 먼저 광주. 광주 동구 충장로의 대인예술시장은 빈 점포에 청년 예술가들이 들어오며 ‘예술형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주말이면 1만 5천 명이 모여 공연을 보고 수공예를 체험하며, 작품을 직접 사고파는 공간이 됐다. 바로 옆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국제적 창작 거점으로, 예술가에게 활동비와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두 공간은 아직 제대로 맞물리지 못했다. 여기서 ‘CityLab 광주’를 상상해볼 수 있다. 지역 대학, ACC, 대인시장을 연결해 청년 창업팀에게 빈 점포를 작업실과 쇼룸으로 열어주는 것이다. 대학의 아이디어, ACC의 무대, 시장의 생활형 소비가 합쳐지면 예술이 곧 창업이 되고, 창업이 곧 도시 콘텐츠가 된다.

◆ 감천 — 관광 마을에서 창업 캠퍼스로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피란민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계단식 주거지다. 알록달록한 벽화 덕분에 ‘부산의 산토리니’라 불리며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다. 하지만 화려한 관광객 수치 뒤에는 심각한 고민이 숨어 있다. 2024년 266만 명이 찾았지만, 하루 적정 2,600명 대비 실제 4,700명이 몰리며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해법은 관광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로테르담의 접근을 대입하면 새로운 해법이 보인다. 감천의 빈집을 청년 창작팀의 레지던시와 문화 창업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30~50호만 바꿔도 골목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생기고, 예약제·유료 패스로 관광객 흐름을 조절하면 수익 일부가 주민과 청년 창업팀에 돌아가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감천은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청년이 뛰어다니는 ‘관광+창업 융합 콘텐츠 마을’로 거듭날 수 있다.

◆ 창원 - 청년을 키우는 투자도시

경남 창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국가산단의 심장이었지만, 조선·기계산업 침체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쇠퇴가 아니라 전환의 기회다. 창원국가산단은 2030년까지 6조 원을 투입해 스마트팩토리와 R&D 거점으로 재편된다. 여기에 지역 대학을 연결하고, 폐쇄된 공업단지를 청년 창업·문화 콘텐츠 허브로 전환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대학은 인재를 공급하고, 시는 펀드로 뒷받침하며, 청년은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스타트업을 일으킬 수 있다. 산업 쇠퇴지가 ‘청년이 직접 설계하는 문화·기술 특별시’로 바꿀 때, 창원은 다시 도약할 수 있다.

◆ 청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왜 필요한가?

지방의 고민은 결국 사람, 특히 청년이 떠나는 데서 시작된다. 빈 상가와 낡은 공장은 늘어나고, 도시는 활력을 잃는다. 그러나 해답은 멀리 있지 않고, 의외로 단순하다. 버려진 공간을 다시 열어 청년의 놀이터이자 실험실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골목길과 빈집, 산업단지 속 버려진 공간에서 청년의 창업과 문화 콘텐츠가 태어날 때, 도시는 다시 살아난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은 이미 문화의 장으로 성장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대학이 창업·예술 펀드를 더하면 청년은 기회를, 시민은 문화를 누리며 도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관광객은 많지만 주민 부담이 크다. 빈집을 청년 창작 공간으로 바꾸면 ‘소비의 마을’에서 ‘창조의 마을’로 전환할 수 있다. 창원은 산업 침체를 넘어야 한다. 버려진 공업단지를 대학과 연계한 창업·문화 플랫폼으로 바꿀 때 “청년이 머무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세 지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청년–창업–지역 인프라’가 만나면,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이 머물고, 도시의 얼굴이 달라진다.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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