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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바르셀로나 22@를 꿈꾸는 도시

작성일 : 2025.09.17 17:36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20세기 초 스페인 산업화의 상징이던 바르셀로나 포블레노우는 시간이 흐르며 낡은 공업지대로 전락했다. 그러나 2000년, 바르셀로나 시가 이곳을 ‘22@ 혁신지구’로 전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여 년 만에 11,500개 기업, 11만5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이는 도시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1%를 차지한다. 한때 쇠락의 공간이었던 곳이 이제 유럽에서 가장 역동적인 스타트업 단지가 된 것이다.

◆ 성공의 네 가지 조건

무엇이 이 성공을 가능케 했을까.
첫째, 민간 개발자에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되, 일정 비율의 이익을 공공임대주택, 공원, 도서관 등으로 환수해 기업·시민 모두가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었다.
둘째, 건물 단위가 아닌 블록 단위로 지역냉난방, 광통신망, 지하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과 입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뤘다.
셋째, ‘22@ 오피스’라는 전담 창구를 두어 인허가, 보육, 투자 연계를 원스톱으로 처리했다.
넷째, 대학·연구소·미디어센터·공원 같은 앵커 시설을 배치해 ‘일–배움–여가–주거’가 한 동선에서 이루어지도록 했다.

◆ 쇠락한 공간이 청년의 혁신 허브로

22@의 교훈은 단순하다. 도시 쇠락의 본질은 공간의 노후화가 아니라 청년의 이탈이다. 해법은 곧 청년이 머무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다. 핵심은 청년의 창의력과 이를 구체화할 문화 콘텐츠 창업이다. 오늘날 청년들은 제조업보다 디자인, 게임, 음악, 영상, 디지털 플랫폼 같은 창의적 영역에서 더 큰 가능성을 찾는다. 따라서 한국에 필요한 것도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키우며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다.

한국에서 22@의 모델은 대구·군산이 최적지이며, 부산과 인천이 뒤를 잇는 후보군이다.

대구는 과거 섬유 산업으로 번성했지만, 글로벌 경쟁 심화로 방직·염색 산업이 쇠퇴하며 많은 공장이 폐허로 남았다. 최근 일부는 창업지원센터와 예술 공간으로 변모했고, 시는 동성로 일대에 95억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복합문화공간을 조성 중이다. OECD도 대구 원도심을 다운타운 결속지대(DCZ)로 지목하며 청년 유입 전략을 권고했다. 그러나 대구의 도약을 위해서는 단순한 문화공간이 아니라 22@식 모델이 필요하다. 동성로를 업무·주거·공공이 결합된 혼합지구로 전환하고, 개발이익을 청년 창업주택·공유 오피스로 환수해야 한다. 특히 공연, K-컬처, 디지털 콘텐츠 창업을 지원하는 원스톱 허브를 마련한다면, 대구는 ‘섬유 도시’를 넘어 콘텐츠 스타트업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

군산은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 2018년 한국GM 공장 폐쇄로 직격탄을 맞으며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금 일부 부지가 산업전환단지로 지정돼 있지만, 단순 철거만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산업 유산의 창의적 재해석이다. 조선·자동차 기술을 토대로 친환경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해양테크 같은 신산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영화·게임·전시 같은 문화 콘텐츠 창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지구를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원스톱 창업지원센터를 마련해 청년이 정착할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군산은 쇠락의 상징에서 창의 혁신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수도권도 귀중한 경험을 남겼다. 서울 성수동은 버려진 공장이 공유 오피스와 전시공간으로 변신하며 ‘서울의 브루클린’이 됐다. 구로 G밸리는 쇠락한 구로공단을 재편해 1만여 개 기업과 14만 명이 일하는 IT 산업단지로 자리 잡았다. 상암 DMC는 난지도 매립지를 1,600여 개 기업과 6만 명 종사자가 활동하는 글로벌 미디어 클러스터로 바꿨다. 이들 사례는 지역 자산을 창업과 연결할 때 도시가 되살아난다는 교훈을 준다.

◆ 청년이 머무는 도시, 한국판 22@의 길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지방정부는 신혼부부 1억 원 지원 공약처럼 단기 현금 정책에 의존한다. 실제로는 장기간 나누어 지급되는 것으로 양육에는 도움이 되지만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청년을 붙잡는 힘은 단기 지원이 아니라, 안정적 일자리·교육·문화 인프라·주거 대책이 마련된 살 만한 환경이다.

바르셀로나 22@가 낡은 공업지대를 혁신 생태계로 바꿔 청년을 끌어들였듯, 한국의 지방도시도 각자의 자산을 살려 청년 창의력과 문화 콘텐츠 창업을 키워야 한다. 지구 단위 인프라, 원스톱 행정, 공공과 민간의 교환 구조를 도입한다면, 구도심은 더 이상 쇠락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번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쇠망치와 굴뚝이 멈춘 자리에 노트북 불빛이 켜지고, 청년의 아이디어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국 지방도시가 그려야 할 내일의 풍경 아닐까.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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