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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항공 칼럼] 승무원들의 추억의 공간 갤리(Galley)

작성일 : 2021.06.30 14:49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오늘은 갤리(Galley)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옥스퍼드 영한사전에 의하면, Galley(갤리)는 1) 갤리선(특히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 때 주로 노예들에게 노를 젓게 한 배) 또는 2) (선박·항공기의) 조리실[주방]로 정의된다.

승무원에게 갤리는 ‘2번 정의’인 ‘주방’이 분명해도 나에겐 ‘1번 정의’도 틀린 말 같지 않다. 항공사 객실승무원과 갤리선 노예가 비교 대상이 될 순 없겠지만 갤리에서의 업무 강도 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승객 앞에서 우아하게 웃는 승무원들은 갤리 안에선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소리치며 뛰어다닌다. 시야에 띄지 않는 백조의 발이 물속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갤리 담당 승무원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갤리 담당 승무원의 지휘 하에 서비스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각 클래스별 갤리 담당 승무원은 서비스할 식·음료를 확인한다. 식사가 제대로 실렸는지, 디저트가 부족하진 않은지, 서비스할 그릇과 컵에 불량은 없는지… 확인할 사항이 끝이 없다. 아이템 체크가 끝나면 음료수(물, 주스, 탄산음료, 화이트 와인, 샴페인)를 차갑게 준비하고 서비스할 그릇들을 워머(Warmer)에 보관한다. 승객에게 수프, 국, 밥, 커피 등을 따뜻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뿐인가? 나열하면 끝이 없는 갤리 업무를 실수 없이 수행하고 있는 승무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첫 갤리 업무를 부여받은 비행이 기억에 선하다. 비행 전날 머릿속으로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당일엔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비행기에선 땀이 범벅이 되도록 뛰어다녔다. 온몸을 불사른 것이다. 반면 함께 일하는 선배들은 설렁설렁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비행 내내 초짜의 실수를 잡아주었다. 서비스 종료 후 무섭기로 유명한 선배가 나를 불렀다. 드디어 갤리가 ‘공포의 공간’이 된 것이다. 얼마 전 친한 동기가 갤리에서 펑펑 울었다던데… 복도와 갤리를 구분 짓는 커튼을 여는 손이 떨렸다. 

“주희야~ 수고했다.” 

선배는 세상 인자한 얼굴로 식사를 권했다. 선반엔 스테이크와 비빔밥, 그리고 선배가 직접 만든 비빔국수가 차려져 있었다. 선배, 아니 언니의 칭찬을 들으며 비빔국수를 두 그릇이나 먹었다. 정말로 맛있어 국수에만 손이 갔다.

세월이 흘러 선배가 된 나는 시간이 남으면 라면에다가 기내 고추장을 듬뿍 넣고 참기름도 두르고 비빔면을 말았다. 면만 바뀌었을 뿐 언니한테 배운 그대로이다. 그에 추가해 설탕을 솔솔 뿌려 라면땅도 만들었다. 이건 다른 언니한테 배운 비법(설탕 뿌린 라면 사리를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오븐에 굽는다)이다. 그리고 갤리에서 후배들과 나눠 먹으며 맵다고 웃고, 고소하다고 또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갤리에서 ‘비빔면’과 ‘라면땅’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진다. 

이렇듯 승무원에게 갤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승무원들의 희로애락의 공간’이다. ‘선박, 항공기 등의 조리실 혹은 주방’이라는 갤리의 사전적 정의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표현이다. 

이번에 우리 학과에서는 신설과 이기에 대대적인 실습실 구축을 한다. 나는 꼭 갤리만큼은 실제와 똑같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준비 중이다. 진짜 오븐과 워터보일러에 진짜 커피메이커와 밀 카트와 일등석 디쉬 등등. 선·후배 와의 소통의 공간으로, 나의 추억의 공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부지런히 준비중이다.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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