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7.28 16:44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승무원들이 가장 꺼리는 노선은 어디일까?
다섯 손가락 안에 뭄바이 노선과 괌 노선을 꼽는데 이의가 없을 듯하다. 얼핏 보면 두 노선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다. 뭄바이 편 승객은 대부분 인도 현지인이고 나머지는 업무 차 방문하는 한국인, 각국의 인도 여행자 몇몇으로 구성된다. 반면 괌 노선은 한국인이 절대다수로 가족 단위(어린아이를 동반한) 여행객이다.
이렇듯 성향이 다른 승객들이 탑승하는 두 노선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스페셜 밀 Special Meal(SPML)’로 요약된다.
항공사는 종교, 건강, 연령상의 이유로 (일반식의 취식이 어려운 승객들에게) 스페셜 밀을 제공한다. ‘스페셜 밀 서비스가 왜 힘들어?’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비스하는 당사자가 되면 어려움을 절감하게 된다.
스페셜 밀은 첫째로 종류가 다양하다. 당사에서 제공했던 스페셜 밀은 유아식 및 아동식, 야채식, 종교식, 식사 조절식, 기타 특별식으로 나뉘었다. 5개의 스페셜 밀 카테고리 내에는 적게는 3종, 많게는 7종씩 세분된 스페셜 밀이 존재했다. 갤리 담당자는 서비스할 스페셜 밀이 올바르게 탑재되었는지 확인하여야 하고(칼럼, 승무원들의 추억의 공간 갤리 참조), 담당 승무원들은 적절한 시점에 스페셜 밀을 주문한 승객들에게 서비스해야만 한다. 자칫 잘못하여 스페셜 밀이 탑재되지 않았거나 탑재된 스페셜 밀을 잘못 전달한다면? 일반식과 달리 대체할 식사가 없기에 난감한 상황이 된다.
둘째, 스페셜 밀은 주문하는 승객이 유독 많은 노선이 있다. 뭄바이, 괌 노선이 그렇다. 뭄바이는 종교적인 이유로 힌두식 식사가 탑재되는데, 힌두식 식사 내에서도 미묘하게 다른 식사 100여 개가 각자 서비스되었다. 괌 노선의 스페셜 밀은 대부분 아동식이라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겠다. 오산이다. 이 아동식도 햄버거, 스파게티, 돈까스, 오므라이스, 피자, 핫도그로 세분되고 나갈 때와 들어올 때 메뉴가 달라졌다.
돌이켜보면 뭄바이나 괌 비행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스페셜 밀을 주문한 승객은 승객대로, 일반식을 취식하는 승객은 또 그 승객대로,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함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옆 사람은 식사를 받았는데 나는 왜 안 주느냐?”
“나, 이거 주문했는데 언제 줄 거냐?”
물을 때마다 “금방 갖다 드리겠습니다” 하고 부리나케 뛰어다녔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승객이 주문한 소중한 식사가 잘못 전달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복명복창도 잊지 않았다. 복명복창이 과해서 문제였지만...
“준수야! 햄버거 주문했지? 맛있게 먹어~”
여느 때와 똑같았다. 얼굴엔 미소, 승객 이름과 식사 복명복창. 그런데 옆에 앉은 흰머리 지긋하신 손님이 너털웃음을 터뜨리셨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기에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물을 수 없었다.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복장이 흐트러졌을까? 급히 갤리로 돌아와 옷매무새를 고쳤다. 헝클어진 머리도 실 핀으로 고정하고 콜라를 가지고 준수에게 갔다.
“준수야! 여기 콜라. 근데 넌 왜 콜라에 얼음을 안 넣니? 콜라엔 얼음인데…….”
준수 옆, 노신사분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폭발했고 급기야 눈물까지 흘렸다.
“아, 승무원님, 죄송해요.” (노신사는 눈물을 닦으며 사과했다)
“제가 무슨 실수를…….”
“저, 준수 아니고요, 할아버지가 준수예요.”
노신사분은 신입의 실수를 질타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하는 나를 달래주고 칭송 편지도 작성해 주셨다. ‘밝은 미소가 아름다운 승무원’이라고.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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