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11 18:55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입사 2주년 동기 모임으로 기억한다. 각자가 겪은 비행 에피소드가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위 질문에 대부분의 동기는 항공기 지연을 꼽았다. 항공기가 지연되면 승객들은 불편을 겪게 되고, 승무원은 지연 사유와 지연 예상 시간을 승객에게 전달하는 것 외에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객실승무원은 항공기 운항 중에 발생하는 비정상 상황에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비 문제는 정비사가, 운항 문제는 운항 관리사가, 기상 문제는 하늘이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입사 3년 차에 들어선 승무원들이 경험해봐야 얼마나 많은 비정상 상황을 경험했겠는가? 동기들의 경험담은 점점 과장되고 부풀려지고 있었다.
“기내에서 화재 발생한 적 있어?”
순간 고요가 찾아왔다. 할거하던 무용담은 고개 숙이고, 모두가 조용히 동기의 얼굴만 응시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승객 중 한 명이 기내 흡연 후, 꽁초를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쓰레기통 안의 휴지가 불씨와 만나 연기가 발생했다. 화장실 안 화재경보기(Smoke detector)가 울렸다. 지나가던 선배 승무원이 불씨를 제거하고 물을 부었다. 이상 끝.
지금 생각해보면 화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나, 당시엔 무시무시한 기분이었다. 화재에 경중은 없겠지만 기내화재는 기내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초고위험 사고이다. 운항 중인 항공기는 문을 열고 도망칠 수 없는 밀폐된 공간임과 동시에 고립된 공간이다. 기내에 화재가 발생하면 119에 신고할 수 없다는 말이다. 즉,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초기에 진압하여야만 생존할 수 있다. 기내화재 진압 교육이 안전 교육 과정 내에서도 비중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사 3주년, 4주년, 5주년……. 동기들의 모임은 해마다 이어졌고, 우리들의 비행 연차가 쌓이면서, 기내환자, 항공기 회항, 기내난동 승객 등등, 비정상 상황에 대한 경험 또한 늘어났다. 일찍이 기내화재(?)를 경험한 동기도 마찬가지였다.
“나, 기내화재 있었잖아.”
동기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고 대부분은 화장실에 화재경보기가 울린 정도로 가볍게 흘려들었다.
“승객 노트북 때문에 화재 발생한 비행 말이야?”
동기 한 명만이 놀란 눈으로 대꾸했다. 그랬다. 당시엔 전자기기를 통한 화재 사례가 드물었기에 화재 진압 후에도 얼마간 회자하던 사건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전자기기 관련 화재 진압 매뉴얼을 정립하는데, 언제나 비정상 상황(주로 화재)을 몰고 다녔던 동기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 덕분에 지금 승무원들은 화재 타입에 따라 체계적으로 H2O 소화기(A Class 화재(종이류, 의류)에 사용), Halon 소화기(A Class 화재 및 B/C Class 화재(유류, 전기)에 사용)를 사용하고 있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의한 화재 대응에도 전문적이다.
최근 발생하는 기내화재 사례를 보면, 앞서 언급한 전자기기에 의한 화재가 대부분인 것 같다. 흡연이 법적으로 불법이 된 이후, 흡연에 의한 화재 사례는 줄어드는 추세다. 전자기기가 좌석에 낀 상태에서 등받이를 조절할 때, 충격으로 리튬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좌석에 걸리면 절대 좌석 등받이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
힘으로 빼려 하지 말고 승무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라.
본인과 탑승한 모두를 위해, 승무원의 조치를 따르길 바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는 많아지고, 안전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능력과 더불어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한 요즘 세상이다.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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