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10.13 16:33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2009.1.29.)에 보면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의 전문가에 관한 연구가 나온다.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느 분야에서든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것을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무슨 일이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뜻이다.
나는 에어라인 조종사 생활만 26년을 했고 퇴직할 때 비행시간은 2만 시간쯤 되었다. 그럼 나는 조종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었는가? 뒤돌아보면 감히 내가 조종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지금까지도 비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너무 낮게 평가한 것일까? 낮게 평가한 것이라면 그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
나는 조종사에게 필요한 전문 지식을 충분히 갖추었던가?
어느 부분에서는 열심히 노력도 했고 웬만큼 지식을 갖추기도 했지만, 현재 내가 아는 지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조종사가 알아야 할 분야는 너무도 넓다. 현재 자신이 비행하고 있는 기종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다. 단계별 조종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갖추어야 할 항공법에 명시된 과목들에 대한 충분한 지식도 계속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러 기종에 대한 구분과 설명도 가능해야 한다. 외국어 실력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다. 그런 정도만 생각해도 난 조종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조종 기술은 어떠한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어찌 된 일인지 착륙단계에서 마지막 접지 부분은 무언가 부족함이 있었다. 멋진 착륙도 많이 했지만, 어느 때는 의도치 않게 하드랜딩(hard landing)도 했다. 그렇게 많은 착륙을 했지만, 비행기의 접지 단계를 100% 소화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조종 기술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럼, 26년 동안 2만 시간 가까이 비행을 하면서 비행 때마다 한 가지씩이라도 깨달은 바는 없었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뭔가 몇 가지는 떠오를 것 같은데 기록이 없어 상세히 말할 수는 없다. 세상에! 26년 동안을 에어라인 조종사로 비행을 했는데 뭐 남은 게 없다니 그 세월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비행 기록을 남겼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것이다. 이미 지나간 뱃길이지만 너무나 아쉽다. 그 많은 비행을 하면서 매번 기록을 남겨 놓았더라면 앞에 열거한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세월이 흐른 만큼 충분히 전문가의 자질을 갖추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뿐인가, 여러 가지 재미도 있고 의미도 깊은 사연들이 비행을 끝맺은 지금의 내 생활 속에 스며들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지 않겠는가!
아~ 내가 옛날로 되돌아가 다시 에어라인 조종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이번엔 꼭 비행 기록을 남기고 싶다.

(사진=백형조 대한항공 전직조종사회 회장)
백형조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석·박사과정 수료
경영학 박사
전 대한항공 수석기장
현 대한항공 전직조종사회 회장
현 국립항공박물관 C&K 시뮬레이터 강사
현 이누리 평생교육원 인간관계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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