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10.21 14:43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하늘에도 비행기가 다니는 길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하늘길에 궁금해하는 분들이 간혹 던지는 질문이고 그에 대한 내 답이다.
지상에는 도로들이 수없이 많고 도로마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삼거리도 있고 사거리도 있다. 하늘길도 마찬가지다. 직접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지도에는 하늘길이 복잡하게 그어져 있다. 도로를 닮긴 했지만 두 지점 간에 도로처럼 굽은 길은 없다. 언제나 직선이다. 그리고 오고 가는 비행기가 함께 사용하는 양방향 길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차를 타고 혹은 걸어서 도로 주변의 풍경을 대수롭지 않게 매일 보면서 생활한다. 그래도 간혹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도심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풍경으로 감상에 젖기도 한다. 비행기를 타고 지구를 돌다 보면 지상에서와는 다른 하늘길의 색다른 풍경이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에어라인 비행기들은 통상 10~12km 정도의 고도에서 제일 많이 비행한다.
하늘길의 풍경은 제법 볼거리가 많다.
탁 트인 지평선, 지상에서 비행기 높이까지 펼쳐져 있는 여러 모양의 구름, 오고 가는 비행기들이 엔진 수만큼 만들어내는 하얀 비행운, 밤 비행 때는 동해에 넓게 자리를 잡은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 태평양 상공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별똥별, 맑은 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수많은 별, 도시를 감싸는 밝은 불빛, 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어둠이 점차 밝아지는 모습, 그리고 알래스카와 북쪽 캐나다 상공에서 만나는 신비한 오로라의 펄럭임, 눈 덮인 알프스산맥의 아름다움, 이집트의 피라미드, 구름이 감싸는 일본의 후지산 봉우리, 눈으로 하얗게 덮인 북극 등 여기저기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수직으로 발달한 적란운 같은 구름이다. 특히 여름철이면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며 번개 치는 모습과 천둥소리가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낮에는 그래도 상대를 볼 수 있어 훨씬 났다. 밤 비행을 하면서 만나면 레이다에 의존하면서 무척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넓게 퍼진 구름 사이를 통과해야만 할 땐 그래도 가장 취약한 부분을 찾아 짧은 시간에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럴 땐 난기류도 함께 존재한다. 그런 다툼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금 긴장이 풀리고 평온이 찾아올 때 ‘내가 조종사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하늘길의 풍경은 그렇게 다양하다.
그런데 요즈음 우주 관광사업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이 자신이 세운 ‘버진 갤럭틱’ 우주선을 타고 86km 상공까지 잠시 올라갔다가 왔고, 아마존의 베이조스는 자신의 우주 여객선 ‘뉴세퍼드’를 타고 106km까지 상승했다가 10분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개발 기업인 스페이스X의 관광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민간인 4명만 태우고 585km 궤도까지 올라가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면서 3일간 비행하고 지난 9월19일 돌아왔다(MBC뉴스, 2021.9.19). 420km 상공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더 높은 궤도에서다. 우주관광을 위한 잠재고객이 24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조선일보, 2021.7.24).
우주관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더 높이 올라간 스페이스X가 버진 갤럭틱이나 뉴세퍼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관광우주비행의 시대에 이미 들어섰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벌써 내년 티켓 4장이 예약되어 있고 1년에 6차례씩 관광선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갤럭틱이나 뉴세퍼드 역시 더 많은 계획을 세우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하늘길에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긴다. 하늘로 치솟는 로켓의 불빛 선이나 착륙을 위해 대서양 바다에 낙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인간은 이제 우주 공간에서 노는 ‘호모 스페이스’로 바뀌고 있다.

(사진=백형조 대한항공 전직조종사회 회장)
백형조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석·박사과정 수료
경영학 박사
전 대한항공 수석기장
현 대한항공 전직조종사회 회장
현 국립항공박물관 C&K 시뮬레이터 강사
현 이누리 평생교육원 인간관계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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