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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항공 칼럼] ‘웰컴 드링크’(Welcome drink)

작성일 : 2022.05.19 09:13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웰컴 드링크’(Welcome drink)

말 그대로 환영하는 의미에서 호스트가 방문객을 환영하며 제공하는 음료이다. 웰컴 드링크는 상위클래스에 근무하는 객실 승무원이 승객에게 제일 먼저 제공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승객 탑승이 시작되면, 담당 승무원은 시원하게 칠링(Chilling)된 각종 주스, 샴페인, 물을 텀블러 글라스(Tumbler glass)에 3/4 정도 따라 상냥한 미소와 함께 제공한다. 

나에게 웰컴 드링크는 일종의 알림이었다. 힘든 비행 끝마치고 호텔 로비에서 방 배정을 기다릴 때, 호텔 직원이 건네주는 색색의 음료는 고단한 하루의 일정이 끝났음을 알려주었다. 지금도 웰컴 드링크하면 새하얀 이불, 출렁이는 매트리스, 폭신한 베개가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르는데, 이와 대비되는 불편한 감정도 오버랩된다. 

“팀장님이 웰컴 드링크 하자 신다.”

탑 언니(팀 최고 선임 여승무원)가 상황을 전파하면, 팀원들은 남 승무원 방에 모였다. 참석 여부는 개인의 선택이었지만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분위기였는지는 모르겠다. 술자리는 짧으면 1~2시간, 길면 3~4시간까지 이어졌다. 아 참, 술값은 더치페이였다. 나처럼 술을 잘 못 마시든, 팀장님처럼 말술이든 상관없이 정확히 1/n로 계산되었다.

물론 모든 팀장이 그런 건 아니었다. 힘든 비행 고생했다고 푹 쉬고 픽업 때 보자 하시던 쿨한 팀장님도 많았다. 하지만 유독 술자리를 좋아하는 팀장도 분명 존재했다. 당시엔 팀장의 말이 법이었고, 팀장 기분에 따라 다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일은 일상이었다. 운 좋게 팀장님이 아무 말 없었어도 끝난 건 아니었다. 각 잡아 정리된 새하얀 침대로 향하기까지 부팀장님, 탑 언니라는 장애물을 건너야 했다.

당시엔 이런 분위기가 싫었다. 오죽하면 팀이 바뀔 때마다 이번 팀장님은, 탑 언니는 술만 좋아하지 않는 분이었으면 좋겠다 소망했을까.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이젠 그분들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장 그르니에는 그의 책, ‘섬’에서 ‘인간은 그 하나하나가 외따로 떨어진 섬이다’라고 했다. 그렇기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연결을 갈구한다. 더욱이 승무원이란 직업은 협업이 중요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연결을 갈구 했나 이해해보려 한다. 따지고 보면 현대인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가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닌가? 

아직 현역으로 근무하는 후배에게 ‘요즘도 웰컴 드링크 종종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후배는 “웰컴 드링크요?”하고 되묻더니, “아, 랜딩 베버리지(Landing beverage)요?”하고 정정했다. 그리곤 “요즘, 그런 거 하면 애들한테 매장당해요.”했다. 그리고는 “요즘은 핸드폰이 있으니까 비행 끝나면 얼굴 볼 일 없죠.”하고 덧붙였다.

맞다. 보통은 비행 종료 후 마시는 술을 ‘랜딩 베버리지’라고 했다. 유독 우리 팀장님만 ‘웰컴 드링크’라고 했었지. 지금 칠순을 넘기셨을 ‘웰컴 드링크 러버’ 팀장님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연결을 꾀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팀장님과 우연히 재회할 수 있다면 이번엔 진심을 담아 술 한잔 대접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팀장님의 노력 덕에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고.’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학과장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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