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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항공 칼럼] 사람이 남는 직업

작성일 : 2022.06.13 10:33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6월 8일부터 인천 공항 하늘길이 완전히 열린다고 한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힌 지 2년 2개월, 드디어 인천 공항이 항공기 도착 편수 제한(Slot, 슬롯)과 운항 시간 규제 (Curfew, 커퓨) 없이 24시간 운영 재개되는 것이다. 

‘고로, 이번 여름 방학엔 반드시 떠나리라.’

처음 해외여행을 계획한 건 코로나 19,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직후였다. 유난스러운 백신 부작용을 경험한 후에도 2차, 3차 접종을 감행한 건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인터넷 검색 후 현실의 벽에 무릎 꿇고 말았다. 항공권 가격이 코로나 19 이전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었다. 

정부에서 인천 공항 항공기 슬롯과 커퓨 제한을 푼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항공권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최고 수준의 유류할증료도, 입국 후 PCR 검사도 여전한 부담이다. 그래도 나아질 일만 남았으니 ‘이번 여름 방학엔 반드시 떠나리라.’

일단 마음먹고 나니, 하루가 즐거웠다. 빡빡한 ‘일과’ 사이사이엔 ‘여행’이 자리 잡았고, 머릿속에선 몇몇 도시가 경합했다. 토론토? 오클랜드? 시드니? 쿠알라룸푸르? 뉴욕? 시카고? 수많은 관광지 중 여섯 도시가 최종 명단에 들었다. 그런데 왜 이 도시들인가? 핫한 관광지가 많은데 왜 이 도시들일까? 유명하다면 유명한 이 세계적 도시들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관광지라 하기엔 너무도 크고 소란스러운, 그저 그런 도시들 아닌가?

코로나 19시대에 아마도 난, 사람이 많이 그리웠나 보다. 토론토, 오클랜드, 시드니, 쿠알라룸푸르, 뉴욕, 시카고는 모두 나의 지인이 거주하는 도시다. 토론토와 뉴욕엔 승객과 승무원으로 만난 언니와 이모가, 오클랜드엔 해외 체류 중 관광지에서 만난 콴타스 항공 승무원 친구가, 쿠알라룸푸르엔 호텔 직원과 투숙객으로 만나 친해진 친구가, 시드니엔 어학연수 시절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 오빠가, 시카고엔 학창 시절 어학원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친구 먹은 언니가 거주하고 있다. 모두가 짧게는 17년, 길게는 25년째 이어가는 인연이다.

승무원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 만났더라도 이어가지 못했을 인연이었다. 문득 최인호 소설 ‘상도’에 나오는 명언이 떠올랐다.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이 한 말을 조금 비틀어서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승무원이란 직업은 돈과 명예가 따르는 직업은 아니지만, 사람은 남는다.”라고.

고심 끝에 이번 여름 방학엔, 시드니로 날아가기로 했다. 오빠의 젊음을 갈아 만든 일식집에서, 오빠가 영혼을 담아 빚어주는 스시를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오빠의 아내이자, 둘도 없는 내 대학 친구를 만나 ‘너 때문에 시드니로 시집와서 이 고생이다’라는 하소연이나 들어야겠다.

꽉 막힌 기집애가 오빠한테 계속 잔소리를 해대면, ‘네가 사랑에 눈이 멀지만 않았으면, 그래서 네가 계속 하와이에서 공부했으면, 난 지금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는데…….’ 하면서 따져야겠다.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학과장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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