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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란 항공 칼럼] 이동과 식사, 끼니 이상의 기내식

작성일 : 2022.06.30 20:54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얼마 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발사체가 아니라 유인 우주선이었다면 우주인을 위한 식량이 탑재되었을 것이다. 우주선 환경의 제약 때문에 탑재되는 식량은 튜브나 통조림에 담기거나 건조되는 형태로 보존성과 휴대성을 높여 만든다. 이동 중의 먹거리는 사람들이 늘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인들은 본격적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배에는 선장과 항해사, 선원도 있었지만 새로운 동식물을 연구하기 위해 떠나는 학자나 선장의 벗이 되어줄 이들도 승선했다. 당시 나무로 건조된 배는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끓인 요리는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했다. 때문에 장기 보존이 가능한 소금에 절인 고기나 말린 생선 등을 실었다. 빵류도 장기보존이 가능한 비스킷 형태였는데 장시간의 항해에 수분이 날아가 벽돌만큼 딱딱해져 버렸다고 한다.

중세에 마차를 이용한 이동은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17세기 초 지벤뷔르겐의 가보르 베틀렌 제후의 여행을 살펴보면 음식 마차, 음료 마차, 조리실 마차, 생필품 보관 마차, 야채 마차, 식기류 마차 등이 함께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여행 준비가 어려운 사회적 위치, 재정 상황의 일반인은 이동 중 식사 해결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추측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유럽과 미국에서 선로가 놓이고 기차를 통해 물자와 사람이 이동하기 시작했을 때 기차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은 승객들이 도시락 바구니에 담아 탔거나 중간 정류장에서 짧은 시간에 픽업 가능한 음식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들의 요구도가 높아졌고, 유럽의 Orient Express와 미국 Pullman 기차가 고급 식당과 와인으로 철도 여행자들의 기호를 맞추게 되었다. 

1783년, 최초의 열기구가 띄워진 이후 공중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비행기의 성능과 규모가 오늘날과 달라 항속거리가 짧고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적었다. 때문에 초기 비행기 승객들은 가열 과정이 필요 없는 통조림이나 샌드위치 같은 것을 제공받았다. 또는 기차 승객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착지에 내려 공항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븐과 같이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시설을 탑재하고도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가 개발되었고, 지금과 같은 따뜻한 음식을 기내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내식은 항공사 브랜드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고급화, 다양화되었다. 저비용 항공사도 승객들이 관심을 끌 매력적인 기내식을 선보이는데 힘을 쏟는다.  

하늘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상이다.

Inflight feed나 Airline meals와 같은 기내식 리뷰 사이트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하늘에서 먹는 음식을 즐기거나 불만족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게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국제항공노선 중 비행시간이 가장 긴 구간은 싱가포르 - 뉴욕으로 19시간 동안 3번의 식사가 제공된다. 국내 기준 1시간 남짓한 국제선에도 Cold meal이 제공되는 된다. 비행시간과 Hot /Cold meal 여부에 상관없이 승객은 하늘에서의 식사에 대한 기대가 있다. 또한 승객에게 항공은 단순히 목적지까지의 이동수단을 넘어 여정의 일부로 인식된다. 기내에서의 식사도 여행의 일부이며 돌아온 뒤 회상하는 추억의 일부인 것이다.

항공 객실승무원은 승객의 여정이 편안하고 즐겁기를 바라며 탑재된 기내식을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려 노력한다. 얼마전 있었던 기내 서비스 품질 논란은 승무원의 미소로만 부족한 물적서비스를 상쇄시키는 데 무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 승객들은 더 이상 허기를 때우는데 급급한 옛날의 여행자들이 아니다.

항공사가 발 빠르게 기내식 메뉴를 재정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속속 들린다. 기내식 등 기내 서비스의 정상화로 항공 여행이 승객들의 좋은 여행 추억의 일부로 남길 바란다.

(사진=심미란 오산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겸임교수)

전 대한항공 승무원
전 SRT 열차객실승무원 교육
현 오산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겸임교수
현 R_La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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