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7.09 19:52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앞선 칼럼에서 기내식은 끼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에는 기내식이 끼니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문화적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행의 즐거움에는 낯선 기대에서 마주하는 여행지 음식도 포함된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그곳의 문화를 접하는 것과 같다. 먹는 방식, 식재료, 인테리어, 지켜야 하는 매너 등이 포함된다. 여행자들은 그들이 여행지에서 경험한 것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자국의 문화를 여행지로 전파하기도 한다.
1888~1889년, 조선을 여행한 프랑스 여행가이자 지리학자 샤를 루이 바라는 프랑스에서 와인과 푸아그라 통조림을 챙겨왔다. 그는 조선의 음식이 낯설고 젓가락질이 서툴렀지만 이국의 음식 문화에 적응하려 애썼다. 대한제국을 대표하여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일주를 했던 사절단 중 한 명이었던 김득련은 상하이에서 탑승한 영국 증기선에서 스프, 고기, 생선, 샐러드, 과일로 이어지는 서양식 정찬을 먹었다. 이때 나이프와 포크로 입술을 베지 않고, 혀를 찌르지 않으면서 음식을 떨어뜨리지 않고 먹기 위해 애썼던 것을 시로 남기기도 했다.
통신으로 외국의 문화를 간접 경험할 기회가 많아지고, 여행경험이 어느 정도 누적된 지금에도 사람들은 낯선 것을 직접 체험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에 매력을 느낀다. 해외로 이동 시 국적기만을 고집하지 않고 일정과 경제적 상황에 맞춰 여러 외항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MZ여행자들은 외국항공사의 기내식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시도를 한다.
현재 FSC(Full Service Carrier) 장거리의 기내식 구성은 대부분 양식 정찬을 기준으로 한다. 이코노미 클래스 메뉴도 한 번에 제공될 뿐이지 양식 정찬의 구성이 축약되어 담겨있다. 상위 클래스의 식사는 코스로 제공된다. 여기에 해당 국가의 특징을 반영한 메뉴를 포함하기도 한다.
항공사의 기내식 메뉴는 몇 가지 종류가 주기적으로 순환되다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리뉴얼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각 항공사에서 제공되었던 음식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계 3대 요리에 속하는 터키 요리를 TURKISH AIRLINES에서 맛볼 수 있다. 터키시 딜라이트라고도 불리는 로쿰은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에드먼드가 현혹된 과자이다. 달고 쫀득한 로쿰은 커피가루를 넣어 끓이는 방식의 터키식 커피와 함께 제공된다. 이외도 터키 만두 만트(Manti), 터키의 대표 증류주로 물을 섞으면 투명하던 술이 우유빛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인 라키(raki), 터키식 쌀 푸딩인 술탁(sultac), 터키 꼬치요리 시시케밥(Shish Kebob), 물소 우유로 만든 카이막(Kaymak) 등이 있다.
AIR FRANCE에서는 메추라기 필레(Filet)를 맛볼 수 있다. 우리는 주로 닭이나 오리를 먹지만 유럽에서는 오리, 닭, 칠면조, 거위, 비둘기, 뿔닭, 메추라기 등의 가금류(VOLAILLE)가 파인다이닝에서 많이 사용된다. 2개월마다 업데이트 되는 와인 종주국의 와인, 샴페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핀란드 국영항공사인 핀에어(FINAIR)에서는 훈제 청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발트해와 북해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청어는 인근 국가들의 중세 해상 무역을 활발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음미해볼만 하다.
아에로플로트(Aeroflot)에서는 호밀을 발효 시켜 만든 러시아 전통 음료이자 맥주인 크바스(Kvas)를 맛볼 수 있다. 요즘은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전에는 러시아인들이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료였다고 하니 마셔 볼만 하겠다.
앞으로 안동지방 명가의 증류식 소주인 안동소주나 백제 1,500년의 역사를 담은 한산소곡주 같은 국내 전통주를 대한항공 등 국적 항공사 기내서비스에서 맛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국세청이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국적항공사로서 한정식, 오미자차, 두텁떡 등을 기내식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항공업의 빠른 정상화로 이번 여름에는 국내외 항공사 기내식에 담긴 문화를 여행자들이 마음껏 향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진=심미란 오산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겸임교수)
전 대한항공 승무원
전 SRT 열차객실승무원 교육
현 오산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겸임교수
현 R_La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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